비수면 위내시경
내가 처음 위내시경 검사를 받은 시기는 2004년이다. 그 당시 갑작스러운 허리 통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 스트레스가 극심해졌었다. 그러면서 체중이 거의 8kg 정도 감소가 되었는데 스트레스로 인한 소화불량이라 하더라도 체중 감소가 심한 편이라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그때는 한참 젊은 나이였기에 다른 큰 질병으로 인한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다만 소화불량이 너무 심했기에 병원에 가서 진료를 봤는데 담당 의사는 단순한 스트레스라기에는 이 정도의 체중 감소는 흔하지 않다는 생각으로 꽤나 중병을 예상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위내시경을 하기로 하고 방식은 비수면으로 결정했다 최근 인터넷에는 무수면이라는 말도 사용하던데 이게 맞는 표현인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검사 날짜를 잡고 그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당시 국비 관련 교육을 받고 있었는데 같은 반의 형이 비수면 위내시경을 받는다고 하니까 본인도 경험한 적이 있는데 그거 아주 죽는다며 불쌍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던 기억이 난다. 비수면 위내시경에 대한 경험담을 여기저기서 들은 터라 사실 걱정이 많이 되기는 했다. 하지만 수면 마취제를 굳이 쓰고 싶지는 않았기에 끝까지 비수면 위내시경으로 검사하기로 했다.
검사 당일 병원에 도착하여 검사실 앞에서 주는 노란색의 걸쭉한 약물을 마셨다. 오랜 시간이 지난 거라 그 당시의 약물 색상이나 특성에 대한 기억의 오류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잠시 후 또 다른 약을 주면서 삼키지 말고 입안에 머금고 있으라고 하였다. 나는 이게 목을 마취시키는 거라 생각하고 고개를 들어서 가글 하듯 최대한 목구멍과의 접촉을 많이 시키려고 노력을 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검사대에 누웠고 내시경이 진행되었다. 의사분이 내시경 호수를 입안으로 갑자기 쑥 집어넣는 바람에 나는 깜짝 놀라서 두 손으로 카메라를 확 잡아당겨서 빼버렸다. 그러자 이게 얼마짜리인 줄 아냐며 천만 원이라고 했던가 아무튼 이거 망가지면 어떻게 할 거냐며 마구 뭐라고 하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나를 안심시키면서 카메라를 다시 입안으로 쑥 집어넣었고 약간의 구역질이 나면서 식도 깊숙이 내려갔다. 다행인 것은 약간의 구역질 한두 번으로 끝이 났고 카메라가 계속 머무는 동안에도 몸은 별다른 거부반응 없이 트림만 약간 나왔을 뿐이다.
검사를 다 마치고 나니 의사와 간호사분들 모두 잘한다며 칭찬을 해주셨다 다시 의사분과 마주하여 검사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들었는데 위에는 특별한 문제점이 없었고 소화 관련 약들만 처방받고 병원을 나섰다.
사람마다 반응하는 것이 다르니 어떤 사람은 검사하는 동안 구역질 때문에 매우 고통스러워했다는 경험담을 보면 나같이 비수면으로 검사를 해도 구역질이 별로 나지 않는 것은 감각이 둔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큰 행운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이런 나도 위내시경 카메라를 입안으로 집어넣는 행위는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아서 마음 편하게 받을 수 있는 검사는 아닌 거 같다.
위내시경 검사가 매우 불쾌한 검사임에는 틀림없지만 소화기 질환이 중증으로 진행되는 것을 빨리 막을 수 있는 아주 유용한 검사임은 부정할 수가 없다.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를 꼭 시행해서 최악의 상황까지 병을 키우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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